항문에 무언가 만져질 때, 병원 방문을 머뭇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항문 관련 질환을 드러내놓고 말하기 껄끄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항문에 혹이 만져질 때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각한 고통을 유발하는 질환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문에 혹이 났을 때 의심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외치핵 △항문 주위 농양 △곤지름이 있다.
통증과 함께 나타나는 작고 딱딱한 덩어리, ‘외치핵’항문에 콩알만한 딱딱한 혹이 만져지고, 만졌을 때 통증이 심하다면 ‘외치핵’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핵이란, 직장과 항문의 정맥혈관과 점막, 주변 조직이 압력을 받아 늘어나고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치핵은 크게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장과 항문 사이에 위치한 항문관 부위에 생겨 점차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내치핵, 항문 입구 밖의 피부로 덮인 부위에서 나타나는 것을 외치핵이라 한다.외치핵에는 단단한 피부 때문에 출혈보다 ‘혈전’이 자주 생기며, 혈전이 생기면 부으면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또 항문부의 가려움, 분비물 등이 나타나기도 하며 혈전과 혈관 확장이 반복되며 피부가 늘어지는 경우도 있다. 외치핵은 일반적으로 며칠 내에 가라앉지만, 크기가 크고 증상이 심하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발열을 동반하는 ‘항문 주위 농양’항문 주위 농양은 항문 주위가 부어올라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발열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은 대개 앉거나 걸을 때, 그리고 배변 시에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또, 고름이나 분비물이 나와 항문 주위가 지저분해지거나, 항문 주위에 작은 구멍이 관찰되기도 한다.항문 주위 농양은 항문 주위의 항문샘에 염증이 생겨 농양으로 발전한 것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대장균 등에 의한 감염이며, 그 외에 당뇨병 환자, 암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 염증성 장 질환 환자에서 잘 발생할 수 있다.항문 주위 농양은 방치 시 치루로 쉽게 발전할 수 있으며 드물지만, 항문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항문 주위 농양이 진단되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항문 주위 농양의 기본치료는 절개배농이며, 이와 함께 항생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항문·성기에 여러 개의 혹이 생기는 ‘곤지름’항문의 혹은 성병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바로 곤지름이다. 곤지름은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에 의해 생기는 질환으로, 전염력이 강해 한 번의 성접촉으로 감염될 확률이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곤지름은 모양이 특징적이어서 진단이 쉬운 질환이다. 곤지름에 감염되면 성기와 항문 부위에 여러 개의 작은 사마귀 또는 닭벼슬 모양의 돌기가 생긴다. 병변의 크기는 매우 다양하며, 색깔은 분홍색이나 흰색을 띤다. 또, 부드러워서 건드리면 쉽게 피가 난다는 특징이 있다.곤지름 치료 방법으로는 로션이나 젤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와 냉동치료, 레이저 치료, 절제 수술 등의 외과적 치료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곤지름을 진단받았을 시 상대자에게 진단받은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곤지름은 상대자와 함께 치료받아야 하며, 본인과 상대자 모두 완치될 때까지 성관계는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