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위 스마트폰, 치질 키운다"...항문 건강 지키는 올바른 생활 수칙은?
배변 후 휴지에 선홍색 피가 묻어나거나 항문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많은 사람들은 '치질'을 떠올린다. 하지만 치질은 막연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이기도 하다.
치질이 발생하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치질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치질로 생각했던 증상이 대장암이나 직장암의 신호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치질의 정확한 원인과 증상, 단계별 치료법부터 재발 관리까지 외과 전문의 성승훈·송슬기 원장(신세계항외과의원)과 함께 짚어본다.
치질은 어떤 질환인가요?
치질은 항문 안쪽과 주변의 혈관 쿠션 조직이 부풀고 늘어나, 항문 밖으로 탈출되거나 출혈·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대표적으로 치핵, 치열, 치루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흔히 치핵을 치질로 부릅니다. 따라서 치질은 넓은 의미에서는 항문 질환 모두를 통칭하는 것이며, 좁은 의미에서는 치핵을 뜻합니다.
치질의 원인과 증상은 무엇인가요?
치질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 만성 변비나 설사, 어릴 적부터 형성된 잘못된 배변 습관, 임신 및 출산 등이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는 버스·택시 기사나 오래 서 있는 직업군에서 발생하기 쉬우며, 유전적 요인이나 비만도 치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치질은 경중은 다르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혈변, 항문 덩어리 만져짐, 배변 시 통증이 있습니다.
변기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도 치질과 연관이 있나요?
변 보기가 끝난 후에도 핸드폰을 보려고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 혈관으로 정맥혈이 몰리고 뭉치게 돼 치질이 발생합니다.
휴지로 항문을 닦을 때 뭔가 물컹하게 만져진다면 그것이 치질입니다. 치질 예방을 위해서는 화장실에 핸드폰을 들고 가지 마시고, 배변 시간은 5분 정도로 짧게 하는 게 좋습니다.
변비가 있으면 치질이 심해지나요?
변비가 있으면 오래 앉아서 힘을 주고 변 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러면 치핵 조직이 밖으로 밀려 나오거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딱딱하게 굳은 변이 나오면서 항문 점막에 상처를 입혀 출혈과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효과적인 변비 개선법은 하루에 물을 1.5~2L 정도로 충분히 마시고 식이섬유를 섭취하며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할 때는 변 완화제의 도움을 받고, 배변은 5분 이내에 짧게 끝내야 합니다.
임산부나 출산 후 여성에게 치질이 자주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신과 출산 과정 자체가 치질이 잘 생기거나 악화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임신 후반으로 갈수록 자궁이 커지면서 골반 내 정맥이 눌리고 부풀어 치질이 생깁니다. 또한 임신 시 분비되는 호르몬 때문에 혈관이 약해지고 장운동도 느려져 변비가 잘 생기게 돼 치질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한, 자연 분만 시 주게 되는 힘은 배변 시보다 약 5~10배 이상 압력을 유발합니다. 이 엄청난 압력이 골반과 항문 쪽에 쏠리면서, 출산 직후 갑자기 치질이 생기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술과 매운 음식이 치질에 영향이 있나요?
치질 환자에게 가장 먼저 권고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주와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는 것입니다.
술을 먹으면 혈관이 확장되고 치질이 악화됩니다. 또한 술의 이뇨 작용으로 체내 수분이 감소하면 변이 딱딱해져 배변 시 힘을 더 주게 되고, 이는 치질 악화로 이어집니다.
매운 음식에 있는 캡사이신 성분은 항문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배변 후 화장지에 선홍색 피가 묻으면 치질일 가능성이 높나요?
배변 후 선홍색 피가 휴지에 묻어 나오는 증상은 대부분 치질입니다. 주의할 점은 10명 중 1명은 직장암, 대장암 같은 심각한 질환일 수도 있는데 '치질이겠지'하고 방치해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직장암이나 대장암의 증상은 선홍색 혈변, 가는 대변, 잔변감, 변비, 설사, 복통, 체중 감소 등으로 치질 증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혈변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된 경우, 혹은 혈변 증상 외에 변비, 잔변감, 가는 대변 등이 동반된다면 대장항문외과에 방문하여 대장 내시경을 포함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치질이 심해지면 증상도 달라지나요? 진행 단계별 특징이 궁금합니다.
치질은 진행 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 나눕니다.
• 내치핵 기준
- 1기: 치핵 조직이 항문 안쪽에 위치해 탈출 증상은 없으나, 배변 시 간혹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
- 2기: 배변 시 치핵이 밖으로 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경우
- 3기: 배변 후 치핵이 밖으로 나와 손으로 넣어야 들어가는 경우
- 4기: 항상 치핵이 밖에 나와 있고, 통증이 심하며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
보통 1기와 2기는 먼저 생활 습관 개선 및 보존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고, 3기와 4기는 수술 치료를 고려합니다.
치질은 재발이 자주 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통 재발률은 약 5~20% 정도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수술이나 치료를 잘 받아도 치질을 악화시키는 생활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재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항문의 혈관 탄력이 감소하고 조직이 약해져 치질이 잘 생기고 재발할 수 있습니다.
치핵 조직은 원래 항문을 보호하는 정상 쿠션 조직입니다. 따라서 치질은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는 병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치질이 암으로 발전하기도 하나요?
치질은 절대 암으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치질과 암은 근본적으로 다른 질환입니다.
치질은 항문 주변의 혈관과 지지 조직이 늘어나거나 부풀어 오르는 양성 질환이고, 대장암, 직장암은 장 점막 세포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입니다.
치질과 암이 헷갈리는 이유는 증상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혈변이 가장 흔한 공통 증상입니다. 남성분들은 혈변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오셔서 검사받으시는데, 여성분들은 생리를 하기 때문에 치열과 혈변의 증상을 헷갈려 직장암이 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기존 치질 증상이 악화되었거나 가는 대변, 잔변감, 체중 감소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대장 내시경 등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을 권합니다.
치질인지 아닌지 구별이 어렵거나 부끄러워서 병원을 찾지 못하는 분들도 있는데, 꼭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나요?
증상이 심하지 않고 가끔 발생하거나 보존 치료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에는 집에서도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안전하고 회복이 빠릅니다.
• 출혈이 반복되거나 양이 많아지는 경우
• 통증이 심한 경우
• 항문이 계속 밖에 나와 있어서 손으로 넣어도 잘 안 들어가는 경우
• 40세 이상에서 갑자기 출혈 증상이 나타날 경우
치질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치질이 있는 모든 환자를 수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활 습관 개선과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생활 습관 개선
생활 습관 개선은 모든 치질 치료의 기본이며 중요한 단계입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식이섬유를 섭취하여 변비를 예방해야 하고,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안 되며, 변 볼 때 과도한 힘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좌욕, 체중 관리, 적절한 운동, 술이나 매운 음식 제한이 필요합니다.
• 보존적 치료
치질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보존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온수 좌욕, 연고, 좌약, 먹는 치질 약과 진통제가 해당됩니다.
• 수술적 치료
증상이 심하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는 수술을 고려하는데, 늘어난 치핵 조직을 제거하는 치핵 절제술이나 내치핵 조직을 항문 안쪽으로 당겨서 고정하는 스테이플 고정 수술 등이 있습니다.
식이섬유 위주의 식단이 치질 개선에 도움이 될까요?
5대 영양소를 골고루 드시는 것이 좋고, 식이섬유의 섭취량은 단백질, 지방의 섭취량과 비슷하게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이섬유는 변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배변이 규칙적으로 나오게 하여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되고 치질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 수용성 식이섬유
물과 만나 변을 젤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대표 음식으로는 귀리, 오트밀, 보리, 고구마, 바나나, 사과, 배,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있습니다.
• 불용성 식이섬유
변의 양을 늘려 배변을 촉진시켜줍니다. 현미, 통밀빵, 각종 채소, 버섯류가 해당됩니다.
주의할 점은 식이섬유 자체에는 에너지가 적고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시고 물 하루 1.5L를 같이 마셔야 합니다. 출혈이 동반된 치질 환자에게는 오이나 시금치, 브로콜리 같은 비타민 K가 많이 들어 있는 식이섬유를 권하기도 합니다.
치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이 있나요?
우선 항문 주변에 압력을 가하는 격렬한 운동은 피하셔야 됩니다.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하체 운동이나 케겔 운동을 권장합니다.
케겔 운동의 경우 앉아서 항문이나 회음부 주변의 괄약근을 조이는 운동인데요. 서서 하는 경우 두 다리를 꼬고 엉덩이 큰 근육을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